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이름은 몰라도 그의 사진은 이미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990년대 화보 대신 날것의 청춘을 담은 잡지 화보, 그리고 30년 가까이 이어진 럭셔리 하우스의 캠페인 뒤에는 영국 사진가 데이비드 심스(David Sims)가 있습니다.
그런 그의 35년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립니다. 자라(ZARA)의 모기업 인디텍스 그룹의 마르타 오르테가 페레즈 재단(MOP 재단)이 2026년 11월 21일부터 2027년 5월 1일까지 스페인 라 코루냐에서 여는 <햄스터가 문제가 되다(The Hamster Becomes The Problem)>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오랫동안 사진집과 개인전을 피해온 작가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드디어 그의 아카이브가 열린다"는 의미가 큽니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데이비드 심스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정리해 봤습니다.

데이비드 심스는 1966년 영국 셰필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자랐고, 10대 시절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 맨체스터·리버풀 밴드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보위가 자신을 환경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해줬다고 말합니다.
처음 꿈은 일러스트레이터였지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사진 스튜디오에 들어가 암실에서 필름 현상부터 배웠고, 이후 사진가 로버트 어드먼(Robert Erdmann)과 노먼 왓슨(Norman Watson)의 어시스턴트로 일했습니다. 이 암실 시절에 익힌 빛에 대한 감각이 지금까지 그의 사진을 만드는 바탕이 됐습니다.
1990년대 초 영국 잡지 《i-D》와 《더 페이스(The Face)》로 데뷔한 그는 빠르게 주목받았습니다. 프랑스 이에르 패션·사진 페스티벌에서 1994년과 1996년 두 차례 '올해의 젊은 패션 사진가'로 선정됐고, 이후 《보그》, 《하퍼스 바자》, 《W》, 《아레나 옴므》 등 세계적인 매거진과 작업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현재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 테이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등에 소장돼 있습니다. 한 일본 편집자는 그를 '노동자 계급의 리처드 아베돈'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심스는 이를 큰 칭찬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80년대 패션 사진이 화려한 조명과 완벽하게 연출된 글래머였다면, 데이비드 심스는 그 반대편에 섭니다. 자연광, 담백한 배경, 어색하고 비전형적인 포즈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냈죠. 스타일리스트 칼 템플러(Karl Templer)는 심스가 "1990년대 패션 사진의 문법을 바꿨다"고 평합니다.
본인은 이를 '전복'이라고 표현합니다. 강력한 편집장들 아래서 일하더라도 "어딘가에는 전복적인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죠. 패션의 클리셰를 일부러 흉내 내면서 비틀어 내는 방식이 그의 사진을 단순한 '내추럴' 이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심스는 에디토리얼과 광고를 모두 장악한 드문 사진가입니다. 미니멀리즘 하우스부터 스포츠·스트리트 브랜드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자라와의 인연도 있습니다. 그는 2012/13 F/W 자라 TRF 캠페인을 촬영했는데요, 이번에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 그룹 마르타 오르테가의 재단이 그의 아카이브 전시를 열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다가올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일찍이 간파한 시점에서 출발합니다. 연대순 나열 대신, 그의 시각 세계를 이루는 핵심 요소별로 연결된 공간들을 따라 걸으며 35년의 작업을 하나의 별자리처럼 둘러보게 됩니다.
패션과 다큐멘터리, 사적인 순간과 연출된 장면, 반항과 부드러움 사이를 오가는 구성이라, 패션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 시대의 얼굴들’을 따라가며 볼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은 사진 큐레이터 샤럿 코튼(Charlotte Cotton)이 수천 장의 아카이브에서 골랐고, 심스 본인은 이를 "회고전이 아니라 다음을 향한 전시"라고 말합니다.
MOP 재단의 마르타 오르테가 회장은 "데이비드 심스는 사진이 단순한 이미지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이해해온 작가"라며 "그의 작업 중심에는 젊은 세대의 에너지와 연약함, 창의성,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전시명 | David Sims: The Hamster Becomes The Problem |
| 기간 | 2026년 11월 21일 ~ 2027년 5월 1일 |
| 장소 | MOP 재단 전시 공간 (스페인 라 코루냐, Muelle de Batería) |
| 큐레이터 | 샤럿 코튼 |
| 정보 | themopfoundation.org |
MOP 재단은? 2022년 설립된 MOP 재단은 '사진, 패션, 라 코루냐'를 핵심으로 합니다. 그동안 피터 린드버그, 스티븐 마이젤, 헬무트 뉴튼, 어빙 펜, 데이비드 베일리, 애니 레보비츠, 파올로 로베르시 등 패션 사진 거장들의 전시를 열어왔고, 데이비드 심스는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주인공입니다.